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재제조 배터리로 되돌리는 경로를 규율할 자동차관리법 개정(법률 제21412호)은 2026년 2월 27일 공포됐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시행일은 2027년 7월 1일로,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1년 가까이 남아 있다. 한국에서 재사용 배터리 사업을 검토할 때 확인해야 할 것들에서 인증 트랙을 정리하며, 용도가 원래 용도로의 복귀 즉 재제조라면 KC 62619와 KC 10031 어느 쪽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 경로가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그때 확인하지 못한 채 다음 편으로 남겨뒀는데, 이 글이 그 빈 자리를 채운다. 다만 아직 시행 전인 개정 법률을 다루는 만큼, 이 글에서 확정된 사항과 하위법령에 위임된 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항을 문장마다 구분해 정리한다.
재사용과 다르게 규율되는 지점
KC 10031(재사용전지 안전성검사)과 KC 62619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체계에 속하며, 국가기술표준원(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 관장한다. 두 기준 모두 자동차 구동 시스템으로 재사용되는 배터리는 적용범위에서 제외한다. 재제조는 탈거된 배터리를 부속품 교체 등 수리를 거쳐 다시 전기차 구동축전지로 되돌리는 것이므로, 애초에 전기용품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를 규율하는 법 쪽에서 다뤄진다.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그 공백을 메운 것이다.
이 트랙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성능평가, 대행자 지정, 사업자 등록, 안전검사, 이력관리 모두 국토교통부장관의 권한으로 신설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등급 구분 기준을 정할 때 국토교통부장관과 협의하는 위치로만 등장하고, 별도의 인허가권을 갖지 않는다. 같은 사용후 배터리라도 최종적으로 어느 등급으로 판정되느냐에 따라 규율 부처 자체가 갈리는 셈이다.
탈거 전 성능평가
신설되는 제35조의13에 따라, 전기자동차등의 소유자(또는 말소등록을 대행한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는 사용후 배터리를 전기자동차등에서 분리하기 전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실시하는 성능평가를 받아야 한다. 제작 결함 시정으로 회수된 경우, 무상수리로 회수된 경우, 사고로 더는 쓰이지 않게 된 경우, 소유자가 구동축전지를 교체한 경우 등 네 가지 예외에서는 자동차제작자등·보험회사·소유자가 각각 분리 후에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이 평가 결과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환경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세 등급으로 구분해야 한다. 다만 그 구체적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설 제35조의14는 국토교통부장관이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성능평가대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역시 지정 여부와 시설·장비 기준, 지정 절차를 국토교통부령에 위임한 상태다. 사용후 배터리의 생산·성능평가 결과·재제조배터리 장착 이력을 관리하는 이력관리시스템(제35조의18)도 국토교통부장관이 “구축·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신설됐을 뿐, 운영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품제작자 등록
사용후 배터리를 재제조 배터리로 제작·조립하려는 자는 신설 제35조의15에 따라 재제조 배터리 사업자로서 등록해야 하는데, 이 등록은 완전히 새로운 체계가 아니라 기존 자동차관리법의 부품제작자등 등록 조항(제30조의2제2항)에 편입되는 방식이다. 재제조 배터리 사업자는 등록에 더해, 제품을 판매·대여하기 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안전성시험을 스스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유통전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절차에는 일반 자동차부품의 자기인증 조항(제30조제1항 등)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부품과는 별도 트랙으로 움직인다. 다만 안전성시험의 구체적 기준은 이 역시 국토교통부령 위임 사항으로 남아 있다.
유통 전 안전검사
신설 제35조의16은 재제조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자동차등을 판매하려는 자동차제작자등, 또는 구동축전지를 재제조 배터리로 교체해 운행하려는 소유자에게 국토교통부장관의 유통전 안전검사를 의무화한다. 이 검사에 합격하지 않은 차량은 판매하거나 운행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장관은 검사를 성능시험대행자에게 대행시킬 수 있고, 검사를 수행하는 자는 앞서 사업자가 실시한 안전성시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재제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소유자는 이후 국토교통부장관이 실시하는 정기 안전검사도 받아야 하는데, 기존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으면 이를 갈음한 것으로 본다. 이 안전검사의 구체적 기준·방법·절차, 정기 안전검사의 방법은 모두 국토교통부령 위임 상태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시행일까지 국토교통부령으로 채워야 할 항목이 많다. 성능평가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급 구분의 세부 기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협의 사항), 성능평가대행자의 시설·장비 기준과 지정 절차, 재제조배터리 안전성시험의 기준, 유통전 안전검사와 정기 안전검사의 기준·방법·절차, 사용후 배터리 보관·운송에 관한 시설·장비 기준, 이력관리시스템의 구체적 운영 방법이 모두 하위법령 위임 사항이다.
또 하나 확인되지 않은 지점이 있다. 별도로 준비 중인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2027년 5월 27일 시행)은 사업자를 유통·재제조·재사용·재활용 네 유형으로 나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의 재제조사업자 등록과 자동차관리법의 부품제작자등 등록이 같은 사업자에게 이중으로 적용되는지, 한쪽이 다른 쪽을 갈음하는지는 이번 개정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ARC의 관찰
이번 개정은 재제조를 재사용과 분리된 규율 체계로 놓는다는 틀은 분명히 했다. 성능평가부터 등록, 안전검사까지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일관되게 짜인 절차도 드러났다. 다만 사업자가 실제로 맞닥뜨릴 기준 대부분, 즉 등급 판정 기준과 안전성시험 기준, 검사 절차는 여전히 하위법령에 남아 있다. 시행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 하위법령들이 어떻게 채워지는지가 재제조 사업 진입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글: KC 10031 재사용전지 안전성검사 개요와 실무 쟁점, KC 62619 인증 개요와 사용후 배터리 적용 시 쟁점
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동차관리법 개정이유(법률 제21412호, 2026.2.27. 공포, 2027.7.1. 시행) (https://law.go.kr/LSW/lsRvsRsnListP.do?lsId=001747&chrClsCd=010102&lsRvsGubun=all)
참고: [보험연구원 주간 동향(2025.9.15.)]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송기헌의원 등 11인 발의, 의안번호 12740) 신구조문 원문 수록 (https://kiri.or.kr/PDF/weeklytrend/20250915/trend20250915_19.pdf)
